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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임상심리학/긍정심리학

by 마음클리닉 2023. 3. 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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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심리학이란 어떤 학문인가


심리학은 인간의 약점과 장애에 대한 학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강점과 덕성에 대한 학문이기도 해야 한다. 진정한 치료는 손상된 것을 고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Martin Seligman

현대사회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매우 다양한 학문분야가 존재한다. 인간은 세상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으며 그 결과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다.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미세한 물질의 구조에서부터 거대한 망원경으로 겨우 관측할 수 있는 우주 현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학문적 관심이 이르지 않은 영역이 없다.

 

극미의 물질세계를 탐구하는 나노과학이 출현하고, 엄청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는 컴퓨터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태양계 밖까지 탐사선을 보낼 만큼 우주과학이 성장했다. 생명의 신비를 밝히고 인간의 유전자와 뇌구조를 규명할 만큼 생명과학 역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심리학 역시 눈부시게 발전하여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많은 사실을 밝혀냈으며 정신장애의 원인규명과 치료방법에서도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이처럼 세상의 거의 모든 현상에 대해서 학문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학문적 접근이 이루어진 바가 없다. 물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나 종교인들이 나름대로의 행복론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론은 주관적인 체험과 사유에 근거한 개인적인 주장일 뿐 체계적인 학문적 접근이라고 할 수 없다. 행복에 대한 이해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2,000여 년 동안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Diener,1984). 우리가 행복한 삶을 설계하고 영위하는데 근거로 삼을 수 있는 학술적 자료나 이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현대인들은 엄청난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하고 눈부신 물질문명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며 방황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비로소 행복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Martin Seligman을 비롯한 여러 심리학자들이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행복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긍정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가 태동 되었다. 긍정심리학은 행복을 비롯한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분야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 망각된 심리학의 사명

심리학은 19세기 후반에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인간의 정신세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으로 탄생하였다. Seligman(2000)에 따르면, 제2차 세계 대저 이전의 초기 심리학은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구현하고자 하는 세 가지의 실천적 사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 첫째는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일이었고, 둘째는 탁월한 재능과 천재성을 발견하여 육성하는 일이었으며, 셋째는 모든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계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심리학은 마지막 두 가지 사명을 망각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전쟁에서 돌아온 수많은 퇴역군인들이 참전 후유증으로 다양한 심리적 장애를 나타내게 되었다. 이들을 돕기 위한 「퇴역군인 지원법」이 1946년에 제정되었고, 그 결과 많은 심리학자들이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게 되었다.

 

1947년에는 국립 정신 보건원(NIMH: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이 창립되었다. 국립 정신 보건원은 질병모델에 근거하여 정신장애의 연구와 치료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였다. 많은 학자들 역시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 정신장애에 관한 연구에 학술적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심리학의 첫 번째 사명과 관련된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정신장애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증대되었으며, 1950년대 초까지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었던 주요한 정신장애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이렇게 정신장애의 연구와 치료에 관심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은 초기의 두 가지 사명을 망각한 채 길을 잃게 되었다.

인간이 지니는 다양한 재능과 천재성의 발견 및 육성이라는 두 번째 사명은 심리학의 초기에 지능 발달과 창의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부분적으로 이행 되었다. 그러나 극소수의 연구를 통해서 재능과 천재성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왔을 뿐, 두 번째 사명은 오랫동안 심리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다. 인간의 행복증진이라는 세 번째 사명 역시 정신장애에 대한 편향적 관심 속에서 망각되었다.

대다수 심리학자들은 부정 정서와 정신장애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심리 치료자들은 정신장애 환자의 부적응적 증상을 제거하는 일에만 주된 관심을 쏟았을 뿐 이들의 행복과 성장 증진에는 깊은 관심을 갖지 못했다. 즉, 심리학은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사명을 망각했다.

그 결과 심리학은 인간의 어두운 측면만을 다루는 학문분야로 전락하게 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정신장애, 심리적 결함, 부적응 행동, 이상심리와 같이 인간의 부정적 측면에만 관심을 지니는 사람들로 여겨지게 되었다.

 

Meyers와 Diener(1995)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이루어진 심리학 연구 중에서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연구한 논문이 긍정적 측면을 다룬 논문보다 17배나 많았다. 물론 이러한 학술적 노력은 소중한 것이며 그동안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 측면을 탐구하고 육성하는 두 가지 중요한 사명을 망각한 채 반쪽짜리 심리학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인간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연구와 치료로 축소시키고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2. 긍정 심리학의 태동

1996년에 저명한 임상심리학자인 Martin Seligman이 미국심리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심리학계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신건강의 질병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던 그는 심리학계에 활기와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심리학자들은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질병모델에 근거한 예방방법이 주류를 이루었다. 즉, 정신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애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eligman은 질병모델이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젊은 심리학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는 너무 진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에 몰두하고 있던 Seligman은 어느 날 어린 딸 니키(Nikki)와의 우연한 경험을 통해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당시 다섯 살에 불과한 어린 딸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깨닫게 되면서, 그는 심리학이 인간의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돕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는 다음날 몰입의 연구자로 잘 알려진 Mihaly Csikszentmihalyi에게 전화하여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를 열기 위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이 회동에는 전임 미국 심리학 회장인 Ray Fowler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이 참석했으며 며칠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심리학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회동은 긍정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가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8년에 미국심리학회장으로 취임한 Seligman은 그동안 심리학자들이 망각하고 있던 사명을 상기시키면서 심리학의 새로운 방향과 입장을 제시하였다. 심리학은 인간의 약점과 장애에 대한 학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강점과 덕성에 대한 학문이기도 해야 한다.

 

진전한 치료는 손상된 것을 고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심리학의 새로운 방향을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라고 명명하였다. 긍정 심리학은 인간의 강점과 재능을 함양하고 행복을 증진시키는 심리학의 중요한 사명을 재확인하고 구현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Seligman의 제안을 계기로 인간의 행복과 강점에 대한 연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긍정 심리학은 1998년에 Martin Seligman에 의해 창시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긍정 심리학이 태동하는 데에는 몰입의 연구자인 Mihaily Csikzentmihalyi, 주관적 안녕 연구의 선구자인 Ed Diener, 성격적 강점과 덕성의 연구자인 Christopher Peterson과 같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기여하였다.

 


3. 긍정심리학의 정의

긍정 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인 심리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인간의 행복과 성장을 지원하는 학문이다. 달리 말하면, 긍정 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이고 적응적이며 창조적이고 자기실현적인 모습을 이해하고 증진하기 위해서 심리학 이론, 연구방법 그리고 개입방법을 사용한다.

 

Sheldon 등(2000)은 긍정 심리학을 인간이 나타낼 수 있는 최선의 기능상태에 대한 과학적 연구라고 정의한 바 있다. 긍정 심리학은 개인, 집단 그리고 사회가 성장하고 번창하도록 만드는 요인들을 발견하고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긍정 심리학을 소개한 American Psycology 특집호에서, Sheldon과 King(2001)은 긍정 심리학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긍정심리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보통 사람들이 지니는 강점과 덕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인다. 긍정 심리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잘 기능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며, 그들의 삶을 향상하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는 것이다. 타고난 적응능력과 학습한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면서 효율적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역경에도 불구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탐구한다. 이런 점에서 긍정 심리학은 심리학자들로 하여금 인간이 지니는 잠재력, 동기 그리고 능력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높이 평가하는 관점을 취하도록 촉구하는 노력이다(p.216).

긍정 심리학이라는 용어로 인해서 다른 심리학자들이 하고 있는 일을 자칫 부정심리학으로 간주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간주하는 것은 이분법적인 잘못이다. 대다수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연결하는 연속선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부정적 측면의 이해와 극복 역시 소중하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심리학은 부정적 측면의 제거보다는 긍정적 측면의 향상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닌다. 예컨대, 인간의 적응 상태를 수치로 표현한다면, 긍정 심리학은 9의 상태를 0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일보다 +1의 상태를 +9의 상태로 변화시키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닌다. 그동안 심리학이 부정적 측면의 제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데 비해서 긍정적 측면의 향상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 긍정심리학 행복의 과학적 탐구

권석만/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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