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끄 라깡(신 프로이트학파) : 상상계의 영역은 거울의 전당(hall of mirrors)이다.

 

 

자끄 라깡(신 프로이트학파) : 상상계의 영역

자끄 리깡(1901~1981)은 수십 년 동안 프랑스 정신분석학계를 이끌었고, 그의 연구는 유럽과 남미 정신분석학계에서 지배적 인위 치를 차지한 현대 정신분석학 사상에서 독보적 존재이다.

그의 열정적 지지자들은 그를 니체나 프로이트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비평가들은 분노에 찬 흥행가이며 알맹이 없는 문장가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라깡은 의학과 초현실주의라는 흔치 않은 이중적 과정을 통하여 정신분석학에 입문하였다.

그는 초현실주의 잡지에 영향력 있는 글을 썼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위축된 프랑스 정신분석학회를 재구성한 소수 인물들 중 중심인물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단기 면담들에 대한 실험과 다른 몇 가지의 이유로 프랑스와 국제 정신분석학계가 그를 거부하였고 결국 1953년 라깡은 파리 정신분석학회를 떠났다.

그는 1964년 파리 프로이트학교를 세웠다. 라깡의 사상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 프랑스계가 아닌 독자들에게 정신분석학을 언어학과 문학을 통해 접근한 그의 독특한 문장과 말하는 스타일은 시적으로써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라깡은 학문적으로서의 정신분석학이 아니라 국가적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프랑스 지식계를 대변하는 개념적, 언어적 표현(방대한 철학, 정치, 문학분야의 참고문헌들과 암시들, 경멸적이고 투쟁적인 태도, 권위주의적인 명령과 반권위주의적인 저항등이 뒤섞인 문제)들로 가득하다.

나아가 연구를 제시하는 양식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고 까다로우며 난해하게 하여 쉽게 이해되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라깡은 통찰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관습적 사고를 타개하고 심층적인 의미와 씨름하도록 자극하기 위하여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되풀이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1) 라깡과 언어
라깡은 연구의 출발점을 프로이트 읽기에 두고 있었지만 종국에는 아주 독특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라깡이 보는 프로이트의 본질적인 프로이트 사상은 1905년 이전의 것으로서 그 때 프로이트는 꿈과 신경증의 해석과 말의 실수에 대한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라깡은 이 모든 현상들에 대한 프로이트의 통찰이, 언어가 경험 및 주관성과 갖는 관계를 이해하는 혁신적인 방식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자아심리학과 대상관계이론들이 프로이트가 자아와 대상관계들에 우선권을 주었다고 믿는 근본적인 오해 위에 세워진 이론들이라고 믿었다. 그가 보기에 결정적인 인간경험의 차원은 자기도 아니고 타인들과의 관계도 아닌 언어라는 것이다.
 
2) 상상계
라깡의 ‘상상계(the imaginary)’ 개념은 그가 다른 정신분석학파를 통렬하게 비판할 때 사용했던 두 개의 반복되는 사고의 흐름을 따라 형성되었다.

첫째는 전형적인 상상경험인 거울단계에 대한 묘사에 기초한 것이다. 라깡의 설명에 의하면 아이는 6-18개월경에 거울 속의 자신을 알아보고 그것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강렬한 변형적 경험을 겪게 된다고 한다.

라깡은 우리가 이 거울단계를 특정한 구체적인 용어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예시적인 기능’으로서 즉 환상과 이미지들을 중심으로 자아가 세워지고 그것이 다시 상상계의 기초가 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해하기를 원했다.

상상계가 발달하는 두 번째 기반은, 인간 욕망(desire)의 본질에 대한 라깡의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욕망을 욕구들 (needs)과는 다르게 보았다. 아이는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많은 욕구들을 가지고 있고 어머니는 그러한 욕구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지만 솟아오르는 열정적인 욕망은 만족되거나 진정되는 것 이상으로 포괄적인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욕망에서 아이는 어머니를 완전히 사로잡으며 그녀의 모든 것이 되고자 갈망한다. 타인에게 정말로 모든 것이 된다는 것은 타자가 욕망하는 모든 것을 구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목표들과 조화시킬 수 없는 문제로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20대 후반의 마이클의 사례는 어머니의 욕망을 완성시키는 대상이 되는 것을 갈망하게 되는 ‘타자의 욕망’으로서의 욕망 개념을 분명하게 예증해 준다.

가장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삶인 상상계의 영역에 사는 삶은 거울에 비친 이미지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거울의 전당(hall of mirrors)에서 경험된다. 일반적으로 자신일 것이라 여기는 자기는 타인들의 관점들이 반영되어 구성된 사회적 산물인 다른 가상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다양하고 강렬한 욕구들을 지닌 채, 가상인물이, 되고자 갈망한다.

라깡의 견해에 따르면 모든 다른 현대 정신분석학파의 중대한 실수는 그들이 상상계의 것들을 현실적인 것으로 다루는 데 있다. 자아심리학은 자아와 그 결함들, 그리고 그 발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상상적인 것들을 현실로 착각하는 일종의 사회심리학이다.

대상관계 이론들은 자기와 타인들 간의 실제적이고 환상적인 관계들에 초점을 맞추는 대인관계적인 허구의 심리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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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깡은 이러한 학문경향들이 정신분석학을 격하시키고 프로이트의 가장 근본적인 공헌(환자의 일상적 관심들, 타인들과 맺는 사회적 관계 근저에 존재하는(언어적) 무의식을 발견하는 것)을 매장시킨다고 믿었다.

프로이트는 꿈을 일반적인 주관성의 은유라고 보았으며 꿈 해석의 비밀을 밝힌 것을 자신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1장에서언급했는데 라깡은 꿈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의식적인 주관적 경험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자아심리학과 대상관계이론이 근저의 상실감과 결핍과 거세 등의 의미를 밝히기보다는 이차적인 정교화 과정을 거쳐 제시된 가면들을 끌어들여서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우매함을 범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주체는 자신이 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 ‘주체가 정신적 현실로부터 참된 현실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정신분석의 과제라고 주장한다.

언어에 대한 라깡의 접근은 언어가 개인적인 경험에 선재하며 경험을 형성한다고 상정한다. 라깡은 “아이는 언어 안으로 태어난다”고 강조한다. 라깡은 경험이 문화적 풍조(상상계)와 사회법(상징계) 안에 언어적으로 끼워 맞춰진 것이라고 간주한다.

분석과정에서 환자의 통상적인 개인적 주체는 해체되며, 선재하는 언어적 의미들, 즉 자체를 드러내고자 애쓰는 무의식적인 의미들을 명료하게 깨닫게 된다.. 언어와 말하기 간의 구별은 여기서 매우 중요하다.

라깡은 프로이트의 위대한 방법론적 공헌인 자유연상이 일상적인 대화와 마음속의 의도된 내용들을 꿰뚫고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는 더욱 깊은 상징적 구조들(온전한 말하기)을)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믿는다.

라깡에게 있어서 정신분석은 대부분의 프로이트학파들이 믿는 것처럼 본능적인 갈등을 밝혀내는 것도 아니고 대상관계 이론가들이 믿는 것처럼 관계를 변형시키는 것도 아니라 환자의 말속에 있는 의도되지 않은 의미들을 주석하는 것이다. 라깡이 볼 때 분석과정은 환자의 언어에 대한 관계를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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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분석가의 일반적인 무반응성과 뜻밖의 반응들에 자극받아 언어가 지닌 타자성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말하고 있는 언어가 스스로 창조한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이며 그의 경험을 형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환자는 자신의 말의 의미들을 이해할만한 입장에 있지 않으므로 그러한 의미들을 해독하는 것은 분석가의 몫이다. 단어들은 조합과 선택의 원칙들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묶여짐으로써 상징적인 의미들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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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상징계”
라깡이 프로이트학파 심리학과 구조주의적 언어학,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적 인류학을 연결시켰던 주된 개념은 그가 이해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개념이었다.

유아가 어머니와 함께 있던 낙원과 같은 상태에서 분리를 경험함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분열 혹은 본래적인 괴리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이 근원적 괴리가 성적 충동이나 욕구의 충족 이상의 것을 의미하는 궁극적으로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발생시킨다. 우리 각자의 최초 갈망은 어머니의 남근(실제 남근이 아니라 어머니의 욕망)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의 걸림돌이 남근을 가진 아버지이다. 라깡은 욕망을 “무언가 다른 것을 영원히 지향하는 갈망,”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일종의 실존적 회복을 소망하는 것이란 의미로 사용한다.
 
-라깡학파의 정신분석
라캉학파의 분석은 증상을 제거하고 관계들을 개선하거나 보다 일관되고 탄력성 있는 자기 감을 공고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그는 분석을 통해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암시들을 제공했는데

첫째 피분석자는 그가 출발한 자아의 안에 서가 아니라 철학자들이 “존재” 또는 “실존”이라고 기술하는 상태에서 살게 될 것이다.

둘째로, 피분석자는 언어에 대한 자신의 관계를 매우 다르게 느끼게 될 것이다.

셋째로,라깡이 재정의한 분석과정에서는 주체와 그 자신의 욕망간의 관계가 아주 달라진다.

욕망은 좀 더 합리적이고 성숙한 관점을 위하여 명명되고 인식됨으로써 더욱 완전하게 소유되어야 하는 것이다.

분석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더욱 온전하게 끌어안는 것이다. 따라서 라캉학파에 속한 분석가는 자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자신이 타자의 욕망의 대상으로서 인식되려는 강렬한 열망임을 깨닫게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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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깡과 페미니즘
라깡은 어떤 의미에서 정신분석학과 여권운동 사이의 관계에 매우 역설적인 역할을 하였다. 라깡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그를 고전적인 프로이트학파 사상의 남성 우월적인 특성을 지닌 희화적인 인물로 보는 것으로 그는 남근을 특별한 기표로 중심적인 상징으로써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정신분석학적 개념들을 해부학적 운명으로부터 해방시켜 성을 순수하게 문화적이고 언어적인 용어로 이해하게 했다고 보는 것이다.

줄리엣 미첼은 가부장주의를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하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가부장제도의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한 라깡의 한계 안에 머물지만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와 루스 이리거레이(Luce Irigary)등은 직접적으로 여성적인 형태의 경험들과 의미들을 창출하려는 작업을 시도한다.
 
-결론: 다양한 수정주의 이론들
프로이트의 공헌들을 보존하고 수정하려 노력한 사람들 중에 컨버그, 세이퍼, 뢰발트, 라깡은 각기 색다른 전략을 발전시켰다.

*컨버그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인수, 확장, 확대의 방법 발견: 욕동이론과 심리성적 발달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경계선적 장애와 자기애적 현상들은 보조적 이론으로 원시적 대상관계이론을 새로운 기본 개념으로 삼았다.

*세이퍼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개조할 때 가망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방들은 박물관으로 보존, 중심 거주 공간들은 현대화, 장식까지도 교체: 프로이트의 초심리학과 임상이론 사이를 구분하는 벽을 세움

*뢰발트와 라깡의 접근은 정신분석의 새로운 목적을 위해 사용이 가능하게 하였고 프로이트 체계의 영역들과 구조들의 진정한 목적들을 좀 더 정확히 드러내고자 그것들을 재정의하고 근본적으로 재배열했다.

뢰발트의 정교하고 복잡한 대상관계이론, 라깡의 무의식의 언어적 발견,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컨버그와 세이퍼 그리고 리발트와 라깡은 각자 프로이트학파의 일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클라인의 이론과 대상관계이론, 자기심리학과 같은 좀 더 개혁적인 학파들의 많은 부분들을 동화해 냈다.

주요 수정주의 전략들의 핵심적인 공통요소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생물학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컨버그는 정신분석학의 생물학적 기초를 근대화하려 했고 컨버그와 세이퍼 그리고 라깡은 프로이트의 욕동이라는 준생물학적 개념들을 다른 용어들로 번역하였다.

세이퍼: 하나의 이야기 줄거리, 뢰발트:뢰발트:과거와 현재의 관계들 간 변증법적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
라깡: 경험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언어와 사회-상징적 구조들의 결정적인 역할에 대한 해설.

이와 같이 프로이트 이론을 생물학에서 해방시키는 수정주의적인 설명들은 프로이트 이론이 다른 학문들과의 관계 속에서 좀 더 적절하고 흥미롭게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고전적 정신분석학은 지나치게 문학과 역사 그리고 예술과 문화 전반의 모든 인간의 산물들의 가장 심층적 의미들을 꿰뚫어 볼수 있는 것처럼 자기주장만 내세웠다. 그에 반해 현대 정신분석학적 주석가들은 정신분석학을 개인들의 삶과 문화의 의미들을 추적하고 이해하며 인식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보는 좀 더 온건한 주장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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