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심리학책 15분 독서)1. 피학성 환자[임상실제에서의 면담]

임상심리학/이상심리학

by 셀리스트 2024. 6. 22. 10:17

본문

반응형

 

 

피학성 환자(THE MASOCHISTIC PATIENT)

 
피학성Masochism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용어이다. 피학성과 피학적 행동은 정신병리적으로 실존하며 많은 환자들에서 흔하다고 우리는 믿고 있지만,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은 "희생자를 비난하는 행위라는 논리에서 사회정치적으로 이 진단에 반대하는 흐름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일상에서 접하는 임상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며, 적절한 치료 개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인생에 걸쳐 불필요한 고통, 자기파괴적인 행동, 그리고 스스로 일으킨 반복적인 실망 등을 보이는 환자는 임상 실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의식적 및 무의식적 피학성을 임상가가 세밀하게 이해해 주는 것은 이런 환자로 하여금 외견상 역설적으로 고통을 추구하는 듯이 보이는 파괴적 역동으로부터 스스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걸음이 된다.

피학성이라는 용어는 1886년 출간된 Krafft-Ebing의 논문 Psychopathia Sexuales에 처음 등장하였다.

여기에는 성적으로 흥분되기 위해 여성에 의해 모욕을 당해야 하는 주로 남성에서 보이는 복종적인 성행위에 대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Krafft-Ebing은 유럽에서 흥행한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Venus in Furs, 1870)를 쓴 19세기 작가 Leopold von SacherMasoch의 이름으로부터 masochism이라는 용어를 따왔다.

이 이야기는 화자(話者)가 냉정한 여신 비너스와 꿈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때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성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싶어 하는 그의 바람대로 그에게 고통을 가했다. 화자는 자신의 친구 Severin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Severin은 어떤 젊은 여인에게 자신이 흥분할 수 있도록 모욕주고 때리고 소리질러달라고 부탁했었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마침내 Severin은 그녀의 노예가 되기로 계약을 맺었고, 노예와 주인이 된 두 사람은 함께 유럽 전체를 여행하였다. 이로 인한 Severin 인생의 파멸은 지속적인 피학적 성도착 관계로 보상을 받았다.

Krafft-Ebing은 피학성을 "잔인함과 난폭함을 수동적으로 참아내는 것과 색정적 욕망 사이의 연합으로 바라보았다. 덧붙여 그는 "피학성은 가학성sadism의 반대이다. 가학성은 고통을 가하고 힘을 사용하고픈 욕망인데 반해, 피학성은 고통을 받고 힘에 굴욕당하길 바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임상가들은 이 둘을 한데 묶어 가학-피학성sado-masochism이라고 부른다. 피학성의 경우처럼 가학성이라는 용어 역시 19세기 프랑스 귀족 Marquis de Sade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그는 소돔 120일 The 120 Days of Sodom같은 책에서 잔인함에 대해 끔찍할 정도로 외설적인 세부묘사와 성도착적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을 글자 그대로 살인적으로 학대하는 내용 등을 기술하였다. 이 책에서 de Sade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로 불가사의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그와 성관계를 맺는 편이 더 수월한 듯하다"라고 공언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Bach가 지적했듯이 "누구와 관계를 맺는 것보다 그를 이용하는 것이 더 쉽다"라고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일부 가학피학성 환자와 그와 관련된 성격장애의 병리에 대해 예리한 통찰을 보여준다.

반응형

Krafft-Ebing은 피학성 환자에서 환상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성적 피학성 환자측의 욕망을 "자신의 의지를 주인에 의해 굴욕과 학대를 당하도록 완전히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상태"라고 설명하였다. 오늘날 굴욕, 수모, 학대라는 주제는 피학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여전히 중요하다.

의존성의 한 유형이라고 설명한 성적 구속 sexual bondage이라는 개념은 Krafft-Ebing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얘기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중요한데, 피학성은 또한 다른 사람에 대한 애착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의 병리적인 행동양상이라고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Krafft-Ebing은 피학성 환자들은 "짝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며, 그가 항상 응해주고, 상냥하며, 준비되어있어 주기를 바란다."고 기술하였다.

그는 또한 피학성의 두 번째 요소인 성적 황홀경 sexual ecstasy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는 성적 황홀경을 성적 각성이나 자극- 심지어 그 자극이 학대나 혹사일지라도 - 에 대해 생리적으로 지나치게 민감한 상태라고 간주했다. 다른 말로, 그는 개체의 정신적 수준과 생리적 수준 모두에서 피학성 환자에게는 고통에 대해 쾌락을 느끼는 기본적인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Krafft-Ebing의 연구는 프로이트에게 강한 영향을 끼쳤다. 프로이트는 성sex을 행동을 결정짓는 강력한 기본 생리기능이라고 생각하였다. 자신의 "쾌락원칙"과 모순되는 듯이 보이는 피학성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프로이트는 고통 속에 일차적인 성적 쾌락이 있다는 Krafft-Ebing의 가정을 따르면서, 이를 피학적 성도착증과 피학성 인격양상의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했다.
피학적 환상과 행동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정신역동적 사고와 정신분석 이론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다.

임상가들과 이론가들은 사람들이 고통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쾌락을 찾으려는 동기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2023.06.23 - [임상심리학/이상심리학] - 희귀한 이상심리 증후군

희귀한 이상심리 증후군

1. 카그라스 증후군 (Capgras syndrome)카그라스 증후군(Capgras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 망상적 동일시(Delusional Misidentification syndrome)는 친구나 배우자 등 주변인들이 완전히 똑같은 모습을 한 가짜로 바

psychologymind.tistory.com

 

프로이트는 피학적 성도착과 구분하여 도덕적 피학성 moral masochism을 정의하였는데, 이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자기희생을 위한 쾌락의 포기로, 그 결과 정서적 고통이 초래하긴 하지만 동시에 도덕적 우월감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많은 정신분석가들은 피학성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성생활에는, 비록 두드러진 피학적 성도착증은 없더라도, 피학적 성적 환상이 늘 존재한다고 믿는다.

Schafer는 성적 피학성 없이는 피학성 성격으로 진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피학성 성격의 진단은 너무 포괄적이 되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가설은 고통은 그 자체로서 추구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더 고통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쾌락원칙은 그대로 보존이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다른 대안을 추구하였을 때 초래될 것이라고 환자가 (대개 무의식적으로)예상하는 더 큰 고통을 임상가가 짐작하거나 강조할 수 없는 경우 이러한 역동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정신적 혹은 심지어 육체적 고통을 추구하는 또 다른 이유로 학대하는 부모와의 정서적 연결을 그대로 유지하고픈 아이의 필사적인 바람 때문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피학적 masochistic이라는 용어는 종종 모든 자기-처벌적 self-defeating 또는 비적응적 행동들을 일컫는 것으로 잘못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때 자기-처벌적인 측면이란 행동의 일차적 동기가 아니라 의도치 않은 부작용, 즉 "이차성 상실 secondary loss" 인 것이다. 이 용어가 잘못 사용되는 또 다른 경우는 면담가가 보기엔 고통스러울 것으로 생각되는 경험이 환자에게는 즐거운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면담가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때이다.

다른 말로 하면, 회사 미팅으로 휴일을 보내는 상황을 예로 들었을 때, 그렇게 하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이 괴롭다고 느끼지만 의식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믿는 경우에서만 그 행동은 피학적인 것이다. 피학적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는 주관적인 불쾌감을 느끼지만 무의식 수준에서는 어떤 충족을 얻게 되는 것이어야 한다.

위 경우에서는 자신을 헌신적이고 학구적이라고 느끼는 것으로부터 무의식적 만족을 얻고 있는 것이다.

피학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쉽게 눈에 드러난다. 일에 있어서 전형적으로 이들은 업무가 지나치게 많거나 보수가 너무 적은 직업을 택하며, 여기에 장래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제(徒弟)나 수습사원은 향후 가능성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커다란 내적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직업 역시 해당하지 않는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어야 하며, 스스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껴져야 한다.

충족은 무의식 수준에 있으며, 사생활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사람과 친구를 하고 연애에 빠진다. 이들의 관계는 상처와 실망, 원망으로 끝나버린다.

개인적인 성공을 이뤘을 때 이들은 불충분감과 죄책감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은 택시에 서류가방을 두고 내리는 것과 같은 우발적인 사건을 통해 행동으로 표출된다. 이들은 자신을 희생자로 묘사하여 사람들은 짜증과 불쾌감이 들며, 이들의 불평은 실제로는 자랑하는 것인 양 보인다. 이들의 정서는 대개 침울하다.

불평하고 있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들은 괴로워하고 있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친구로부터 인정받고 싶을 때, 피학성 환자들은 친구의 리포트 작성을 도와주다가 정작 자신의 것은 마치지 못하고, 나중에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해 친구로 하여금 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는 피학적 행동의 가학적 요소로, 환자 자신은 이런 면을 인식하지 못한다.

 

2023.03.05 - [임상심리학/DSM-5] - 불면장애(Insomnia Disorder)의 핵심 특징

불면장애(Insomnia Disorder)의 핵심 특징

불면장애(Insomnia Disorder)의 핵심 특징 F51.01[307.42] 고통을 일으키는 수면의 양과 질이 주된 호소이다- 잠이 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 졸고 있는 상태로 있기, 혹은 다시 잠들지 못하고 매우 일찍 일

psychologymind.tistory.com

 

 

정신병리와 정신역동

PSYCHOPATHOLOGY AND PSYCHODYNAMICS

 

피학성 인격장애의 진단 기준

Criteria for Masochistic Personality Disorder

 
우리는 피학성 인격장애에 대한 진단 기준을 아래와 같이 수립하였다.

1. 자기를 희생하고 타인에게 순응한 뒤 인정받지 못했다고 불평을 한다. 착취를 받아들이고 착취당할 상황을 선택하지만, 그런 다음 적절한 자기주장을 하는 대신 타인으로 하여금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끔 만든다.

2. 타인의 노골적인 공격성에 대한 반응으로 다른 쪽 뺨을 내밀지만 대개 화가 나 있다; 상처받은 측의 역할을 맡음으로써 타인으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3. 침울한 정서에 행복이나 활기는 거의 없다 - 함께 있기에 재미없는 사람이다.

4.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며,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려는 타인의 진정한 노력을 정중히 거절한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

5. 신뢰할 수 있고 지나치게 양심적이지만 즐거운 활동을 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책임과 의무로 대신한다.

6.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피하고선 자신이 뽑히지 않은 것에 분개한다. 승진에 대해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쟁자를 물리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반응한다.

7. 성적 환상에는 굴욕, 거절, 학대, 지배, 복종 등의 주제가 포함된다.

피학적 성향은 종종 다른 성격 장애와 연관되어 발견되는데, 피학적 양상을 가진 강박증 환자에게 효과적인 면담 전략이 히스테리성, 공포증적, 편집성, 경계성, 혹은 자기애성 성격 구조를 가진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피학성은 자기애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서로 일촌지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생생히 묘사한 수백 점의 그림들이 증명하듯이 순교자들은 그가 받은 고통에 대해 존경과 찬사를 받는다. 피학적인 순교자들은 관심의 중심이 되어 독보적으로 "특별한" 또는 심지어 "성인(聖人)"이라는 특성을 부여받는데, 이는 과대적인 내면세계와 과장된 자기 중요감을 가진 자기애성 환자의 특성과도 중복된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성폭행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를 자처했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진단이 공식 병명에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다. DSM-IV-TR에는 이 진단이 들어있지 않으며, 우리의 진단 기준은 예전에 수록되었던 목록을 참조한 것으로 공식 병명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피학적 성향 Masochistic Characteristics

 

고통과 자기희생 Suffering and Self-Sacrifice

 
피학성 성격은 고통과 자기희생, 즉 다른 사람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명확한 이익을 끊임없이 기꺼이 종속시키는 모습에서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인상을 준다. 타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며 자신을 착취할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이들은 자신의 자격조건에 맞지 않거나 업무에 투자한 시간에 적절한 만큼의 보수가 주어지지 않는 직업을 갖는다.

이들은 공동주택에서 후미진 방을 고르고, 친구가 원하는 식당이나 영화를 보러 가고, 미팅에서 별로인 여자를 선택한다. 착취당했다고 느끼지만, 이들은 상대방에게 불평을 하기(그리고 감히 언짢게 하기)보다는 조용히 그대로 고통 받고 있으려 한다.
누군가가 무엇을 제공해주면, 필요한 것임에도 이들은 정중히 거절을 한다.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며, 자신은 남들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전형적으로 이들은 "아뇨, 괜찮습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의 지속적인 자기희생은 도덕적 우월감으로 이어져, 남들은 이런 경향을 잘 알지만 정작 자신은 느끼지 못한다. 이런 행동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이런 점을 알아차리게 되면, 이들은 사과를 하면서 더욱 희생을 하려 든다.

타인으로부터 동정심을 받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편안하며, 따라서 이들은 항상 가장 상처받는 입장에 서려 한다.

피학적인 사람은 결코 무작위적으로 고통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임상가는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통이 의식적 및 무의식적 충족을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특정한 방식에 따른 특정한 고통이어야 하며, 적어도 어느 정도는 환자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환자는 "날 때려도, 욕해도, 꾸짖어도 좋아요. 하지만 무시하거나 거절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벗어날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건강하게 적응하고 있는 경우엔 이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학대나 수모에 복종하는 것이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벗어날 방도가 있음에도 시도하지 않거나 또는 다 벗어난 뒤에 다시 자발적으로 되돌아가는 경우에는 피학성이라는 진단이 가능하다.

환자가 우울증에 빠져있거나 회복 중인 상태 또한 피학적 성향을 식별하기가 실제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2023.02.26 - [임상심리학/이상심리학] - 공황장애(Panic Disorder)의 정의

공황장애(Panic Disorder)의 정의

공황장애(Panic Disorder)의 정의 다음 13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십시오. 4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공황발작입니다. 1. 심장이 마구 뛰거나 마치 달리는 것처럼 느꼈습니까? 2. 양손에 끈적끈적해질

psychologymind.tistory.com

 
 

진단 기준으로서의 피학적 성적 환상

Masochistic Sexual Fantasies as a Diagnostic Criterion

 
일부 이론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피학성 환자들의 성생활은 성격 장애의 기저 원인이다. "희생자 victim"가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욕, 처벌, 거절, 멸시, 강요 등의 주제를 그린 환상, 그림, 이야기에 반응하여 성적으로 흥분된다.

프로이트가 여성피학증feminine masoch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흔히 남성들이 피학적인 성적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다.

피학성을 진단할 때 성적 환상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은 성격 장애의 진단에 있어서 독특한 점이다. 가학피학적인 주제에 흥분을 하거나 성적으로 각성될 수 있다는 것은 이 성격 유형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환상이 보다 심한 형태로 노골적으로 행동화되는 경우는 심한 형태의 경계성 환자나 심하게 정신병적인 환자들의 경우뿐이다.

건강한 사람들도 여자가 가죽옷을 입고 남자를 주도하는 장난처럼 피학적으로 흥을 돋우는 행위에 흥분되기도 하지만, 이는 단지 보다 전형적인 형태의 만족을 얻기 위한 전희(戱) 행위일 뿐이다. 환자가 이러한 성적 흥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피학성이 그의 환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 성적 절정감에 이르도록 해주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피학적 성적 흥분을 진단 기준에 포함시키게 되면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줄어들 것인데, 그 이유는 많은 환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말하기 창피해하며 또는 너무 억제를 하는 탓에 의식적으로 이러한 환상을 즐기지 못하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여성 환자는 피학성 인격장애의 모든 진단기준에 전형적으로 들어맞았으나 피학적 성적 관심만은 부인을 하였다. 임상가가 이런 주제를 계속 추궁하다보면, 환자들은 어떠한 종류의 성적 느낌이나 흥미,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을 한다. 치료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환자는 덜 억제를 하게 되어, 점차 모욕, 고통, 거절, 강요 등의 주제에 대해 성적 관심을 갖게 된다.

피학적 환상이 흔하다는 점은 성인잡지에 피학적 성행위에 관한 사진을 게재하는 경우 판매부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내용에 흥미를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변태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이 성관계 도중에 그런 생각을 한 번씩은 해보곤 한다.

한 30대 피학성 남성 환자는 상담 초반 때 전형적인 가학피학적인 장면으로는 흥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신치료를 받은 지 1년이 지났을 즈음 그는 자신의 환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자신이 주도가 되어 여자에게 명령을 내리면 여자는 그가 부리는 모든 변덕에 맞춰줘야 하는 것이다.

환자의 전반적인 적응은 피학적인 성격에서 봤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었지만, 성적 환상에서 그는 가학자의 역할을 맡았는데, 이는 피학적 성격에서 드문 현상이 아니다. 그런 환상은 대개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묻자, 그는 “여자가 차갑고 냉담하고 반응이 없을 때, 심지어 거부적일 때 항상 그런 환상이 떠오릅니다"라고 답했다.

그에 비해 흥분상태가 중간 정도인 여자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묻자 환자는 "그럼, 차가운 편이 더 낫죠"라고 대답하였다. 이때 여자는 그 남자의 매력과 힘에 완전히 정복되어 그의 노예가 되는 지점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사례는 피학성 성격자들의 여러 특성들을 보여준다.

첫째로 피학성과 가학성의 현상은 동일한 주제에 대한 양화(陽畵)와 음화陰)이다. 모욕이 주된 양상이면서 다소의 고통과 거절, 복종 등을 보이지만, 다정함, 사랑, 친밀감, 공유감 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둘째로 명확한 성적 소재를 찾기가 어렵다. 임상 장면에서 면담가의 의식적인 느낌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도출해내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면담가의 무의식적 갈등 때문에 성적인 자료를 알아내는 일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환자의 성적 행동과 환상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알아내는 것은 면담가가 직면하게 되는 가장 어려운 영역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당혹감, 관음증, 사생활 침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을 모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셋째로 흥미롭게도 이 남자는 생활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와 똑같은 역할을 수행하려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 시합을 할 때 그는 상대방이 크게 앞서는 경우에만 최선을 다했다.

굴욕당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전세를 역전시켜 상대를 굴복시키고 싶다는 가학적 소망을 느꼈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그를 비난했을 때 그는 모욕감을 느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자기애적 분노가 치밀었고, 이제 최선을 다함으로써 상사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싶었다. 면담가가 "상사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도록 하고 싶진 않으셨나요?"라고 물었다.
환자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저는 그 사람이 저를 존경하도록, 아니 저를 두려워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당신을 두려워하도록이요?"라고 임상가가 답했다. "네, 그것이 바로 궁극적으로 존경의 표시이죠"라고 환자는 말했다.

이 대화는 가학피학적, 자기애적, 그리고 강박적인 양상이 미묘하게 뒤얽혀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테니스 시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굴욕을 당하게끔 되는 것은 피학적인 요소이다; 그런 다음 그는 가학적으로 돌변해 상대방을 굴복시키고자 한다. 자기 자신에게 몰두되어 있다는 점은 자기애적인 요소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관중들을 위해 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항상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느끼고 싶은 바람에서 강박적인 요소가 있다.

 

초자아 달래주기 Superego Relief

어떤 면에서 고통은 쾌락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 된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또는 앞으로의 쾌락을 위해 미리 초자아를 누그러뜨리고 죄책감을 용서받는다. 피학적인 환자들의 아동기 경험에는, 마치 금식기간이 끝난 후 축제가 열리듯이, 학대와 고통, 희생이 있은 뒤로 흔히 사랑이 뒤따른다. 네 살 때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던 유능한 젊은 변호사의 예를 들어보겠다.

그는 어머니와 여러 명의 이모들 손에 키워졌으며 아버지와의 접촉은 전혀 없었는데, 집안에서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되었었다. 부모의 이혼이나 죽음에 대해 대개의 아이들이 그러듯이 그 환자 또한 아버지가 없는 것은 자기 때문이라는 심한 죄책감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으며, "외디푸스적 승리 oedipal triumph"를 이루긴 하였으나 그 희생은 너무나도 커 그의 성격은 왜곡되고 피학적으로 변형되었다. 첫 면담에서 그는 "전 아버지를 싫어 합니다.

아버지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고, 잔인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날 수가 있습니까?"라고 주장했다. 분노에 찬 이 얘기 뒤에는 강한 그리움과 심한 죄책감이 깔려있었다.

환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상급자와 주기적으로 가학피학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는 급한 브리핑을 준비하는 데 늦기 일쑤였고, 이유 없이 상급자들을 기분 나쁘게 자극하곤 하였다. 그 결과 회의 때마다 그는 공격당하고 멸시받곤 하였다. 그의 업무 능력은 결코 해고당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상황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지속되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환자는 자신이 공격받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아요. 이상하게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기분이 더 나아져요."

그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각을 즐기고 있었고 죄책감은 전혀 없으며, 이러한 언쟁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을 인정했다. 여러 개의 무의식적 역동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대리인으로부터 "가학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고, 더 이상 버림받지도 않았으며, 자신의 무의식적 잘못에 대해 죄책감도 덜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패배행위를 통해 자신의 초자아를 달래고 있었다.

2023.02.25 - [임상심리학/이상심리학] - 스트레스 진단 - 정신적/신체적 자원을 고갈 시켜 소진된 극도의 긴장상태

스트레스 진단 - 정신적/신체적 자원을 고갈 시켜 소진된 극도의 긴장상태

스트레스 진단과 원인 개요 <span style="font-family:..

psychologymind.tistory.com

 

통제권을 유지하기 Maintaining Control

친한 사람으로부터 제공받는 안정감 그리고 세상에 대한 전능한 통제권을 유지하고픈 소망은 피학성 환자들에서의 또 다른 방어기제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할 수도 없다. 경쟁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은 좌절을 피해갈 수 있으며 자신의 세상을 통제한다는 무의식적 환상을 유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승진하려 애쓰지 않으면 탈락되었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가학피학성의 양자 구도에서, 피학성자들이 가학성자들을 미묘하게 통제하는 것은 종종 중요한 주제가 된다.

한 유능한 여자 대학원생이 여자 동료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다고 이야기하였다. 성적으로 흥분될만한 강렬한 요소가 있긴 하였지만, 애인과의 일상적인 관계에서는 주기적으로 모멸과 언어적, 육체적 학대를 당했으며 계속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곤 하였다. 가학적인 행동을 할뿐만 아니라 여자 애인은 술꾼에 계속 바람을 핀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관계에는 문제가 있음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절 그렇게 지독하게 대하는 걸 즐기는 사람을 전 왜 그토록 사랑하게 되었을까요?"라며 그녀는 애석해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출장으로 집에 안 계실 때마다 어머니의 정신병 상태가 악화되곤 했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때 그녀는 와해된 상태의 어머니와만 단둘이 남게 되었고,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느닷없이 차를 들이받아버리는 것과 같은 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그녀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하곤 했었다.

면담가가 보기엔 환자의 애인은 예측 불가능하고, 툭하면 분노를 폭발했으며,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술에 취했을 땐 위험하기조차 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직접 대신한 사람임이 명백하였다. 환자가 피학적으로 이런 상황에 굴복하고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의식적으로 불쌍히 여겼던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무의식적 애착을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분명히 애인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잔인하지도 않았고 바람을 피지도 않았다; 사랑이 아닌 애인의 학대로 그녀는 고통을 받았다. 그녀는 어떤 심한 대우를 받더라도 자신의 애인을 결코 버리지 않는 용서해주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그녀의 태도 탓에 애인의 분노 폭발과 잔혹함은 더해만 갔다. 첫 면담의 중반부쯤에 이르자 환자는 "이건 상당히 잘못된 관계에요. 그렇죠?"라며 통찰을 보였다. 그녀는 옳았다. 애무를 받을 때 맞는 것은 아주 중요했으며 이것은 그녀를 성적으로 매우 흥분시켰다.

두 번째 면담에서 그녀의 노골적인 피학성은 통제의 미묘한 수단이었음이 명백해졌다. 애인은 헤어지겠다며 자주 위협을 했지만 정작 그러지는 못했다: "넌 내 미친 행동을 용서해주고 이해해줘. 난 네가 필요해. 넌 내가 미치광이 짓을 하고 난 뒤에도 날 인간으로 느끼게끔 해줘"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학피학적인 상호작용은 양측 모두에게 상당한 만족을 주었고 둘을 함께 묶어놓고 있었다. 가학자 측은 자신이 피학자를 통제하고 있고 자신의 뜻에 따라 학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역시 똑같이 피학자 측의 복종과 고통, 용서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었다.

 

발달상의 정신역동 Developmental Psychodynamics

피학성 환자들은 부모 중 한명이 피학적이거나 우울하거나 혹은 피학적이면서 동시에 우울한 사람인 가정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다음은 이러한 아동기 경험이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을 잘 보여준다.

한 피학성 여성 환자는 계속해서 직장에서 인정을 못 받고 합당한 승진을 하지 못해 심리적 상처를 받아 괴로워하다가 급기야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은 "무가치" 하며 죽어 없어지는 게 낫다고 느꼈다. 치료자도 자신에겐 도움이 되질 않으며, 옆에서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편이 치료자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타인을 위한 엄청난 노력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는 순교자 같은 역할을 자처하면서 그녀는 동료와 치료자에 대한 분노와 격분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자가 어렸을 때 그녀의 어머니 역시 자신이 "인정받지 못했다"고 여겨지는 경우에 거의 똑같은 행동으로 반응하곤 했었다. 환자는 어머니가 "난 죽어버릴 테야"라고 위협하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어머니의 행동에 놀란 가족들은 어머니를 두 차례 병원에 입원시켰었다. 그럴 때마다 환자는 심한 죄책감이 들었고 버려졌다는 느낌에 불안했었다고 떠올렸다. 환자는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자신이 대신 고통을 받겠다고 다짐하였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성공을 하여, 이제 그녀는 어머니의 심리적 기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이는 피학적인 부모와의 일차적인 동일시로, 후에 피학성자가 될 사람들의 발달 과정에서 흔한 병적 기제이다. 이는 두 가지의 무의식적 목적을 갖는다.

첫째로 이는 다른 한쪽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한 경쟁적인 행위이다.

둘째로 동일시를 통해 이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한 어머니와의 강력한 심리적 연결 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장차 피학성 환자가 될 사람들은 어렸을 때 수동성과 복종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이런 행동이 타인들의 분노로부터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게끔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복종을 해도 부모의 따뜻함과 사랑을 얻지 못하게 되면 아이들은 분노를 느끼면서 곧잘 부루퉁해져 불만을 표현한다. 흔히 부모들은 "불쌍한 아이가 불행해하면" 위로를 해
주면서 관심을 보여주는데, 이러면서 고통에 의존적인 행동 pain-dependent behavior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아이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외부세계와의 접촉에도 사용을 하여, 자신보다 우월해 보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복종적으로 행동을 한다. 바라던 관심은 받지 못하고, 타인에 대해 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무언가를 받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화난 부모는 아이를 꾸짖어, 타인에 대한 아이의 불신과 실망은 더욱 커져만 간다.

장차 피학성 환자가 될 사람은 개인적 고통을 관심과 애정을 구하는 수단으로 여기게 된다. 아이는 부모나 부모 대리인으로부터 받은 실제적인 학대를 "이것이 바로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받아들인다. 이것이 향후의 대인관계를 결정짓는 기본틀이 된다. 다소 소원하고 애정이 없는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질병 또한 "고통은 쾌락"이라는 패러다임을 강화시킨다.

학대 가정에서 자란 비행 청소년에 대해 연구를 한 Fairbairn은 부모가 주기적으로 학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를 "나쁜 사람"이라고 인정하길 꺼린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나쁘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아이들은 지식화를 통해 자기 부모의 "나쁜 점”을 스스로 떠맡고선 부모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하는 것이라고 Fairbairn은 추측하였다. 역설적으로 보이는 이런 기제는 "좋은 대상으로 이루어진 환경으로부터 전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갖는다. Fairbairn은 이를 종교적인 방식으로 설명하였다.

악마에 의해 지배받는 세상에 사는 것 보다는 하나님에 의해 지배받는 세상에서 죄인으로 사는 편이 더 낫다. 신의 세상에서 죄인은 악하다: 하지만 주변 세상은 모두 선하다는 사실로부터 어떤 안정감이 항상 있다 -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 세상 모든 것이 옳으시고!" 그리고 어떤 경우에든 구원의 희망이 있다.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죄인이 되는 것이 악이 되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를 둘러싼 세상이 나쁘기 때문에 그 역시 악하다.

이 난해한 은유적 분석은 어렸을 때 자주 학대를 받고선 자기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피학성 환자의 정신역동과 잘 들어맞는다. Fairbairn은 아이는 자기 부모의 나쁜 측면을 내재화 internalize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그 이유는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들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를 하고 아이는 부모를 통제하길 원하지만 또한 무엇보다도 아이는 부모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적 역동은 어렸을 적에 비공감적이거나 학대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피학성 환자들의 성인기 대인관계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피학성은 종종, 이름하여 가학피학성의 드라마 속에서 고통에 얽매어있는 타인을 통제하려는, 은밀한 목적을 띠고 있다. 피학성 환자들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종종 과도한 수치와 모멸을 경험했었다.

이들은 특별한 무의식적 방어로 반응한다: "내 부모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걸 즐기기 때문이지. 난 부모보다 더 강해. 나는 나의 고통을 이용해 부모를 통제할 수 있어." 이러한 역동은 임상 상황을 지배하기 시작하여, 피학성 환자들은 "제게는 선생님이 도움이 되질 않네요"라며 안타까워하는 말로 부정적인 치료 반응을 보이게 되고, 이에 대해 치료자는 화나는 반응을 보이고픈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이는 고통을 통해 부모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피학적 공격성과 앙갚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아동기적 상황이 재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2024.06.18 - [임상심리학/심리검사] - 1. 집-나무-사람 그림의 일반적 특성과 개별적 특성(K-H-T-P투사적 그림검사)

1. 집-나무-사람 그림의 일반적 특성과 개별적 특성(K-H-T-P투사적 그림검사)

집-나무-사람 그림의 일반적 특성과 개별적 특성 *모든 그림검사의 일반적 특성 다음은 투사 그림 검사에 이용되는 변인들에 관한 몇 가지 일반적인 가설들이다. I. 눌러서 그린 정도 A. 특별히

psychologymind.tistory.com

 

 

감별진단 Differential Diagnosis

"피학성의 감별진단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이타주의altruism로, 이타주의는 문명화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이다. 국가를 위해 생명을 희생하는 사람, 아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부모 등은 피학적인 것이 아니다.

이타적인 사람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이러한 희생을 통해 자존심이 높아지는 데 반해, 피학적인 사람들은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기는 하나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만이 아니라 고통 또한 필요로 한다.

피학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희생으로부터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 이 이러한 행동이 사랑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학성 환자들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자신의 행동에 만족을 느끼게 되는 이유의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이 경감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희생은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사람들이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을 알아차릴 것이라는 두려움 등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이들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는 분개하고 있는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구하려고 애쓴다. 이들의 행동은 타인에게 죄책감을 유발하여 사람들은 그에게 화가 나고 피하고 싶은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이러한 기제는 자기-파괴적이다. 피학성 환자들은 이러한 반응이 느껴지는 순간, 곧바로 사과를 하며 더 큰 희생을 치르려 든다.

또 다른 주요 감별진단은 경계성 환자의 자기파괴적인 양상으로, 이들은 충동조절이 잘 안될 뿐 아니라 더 적대적이고 편집증적인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경계성 환자는 타인을 자극하는 경향이 더 크며, 그런 다음 남들이 자신을 고의적으로 괴롭혔다고 확신하며 역습을 감행한다.

피학적 성적 환상은 경계성 환자에서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더 많다. 피학성 환자와 유사한 임상양상을 보이는 일련의 기분부전장애 환자들이 있다. 이러한 부류의 우울증 환자들은 병적으로 "즐기는" 정도로 부적절감, 실패, 부정적인 사건들에 몰두를 한다. 이들은 수동적이고 자기-경멸적이며 걱정이 많고; 지나치게 비판적이며 불평이 많고, 양심적이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부적절감, 실패, 부정적인 사건에 몰두되어 있고; 비관적이고:즐길 줄을 모른다.

이렇게 중복되는 점들이 많은 탓에 일부 정신과의사들은 피학성 환자를 성격장애보다는 정서장애 스펙트럼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분 상태 측면에서 피학성 환자들과는 구별이 되는데, 기분부전장애 환자들은 경도로 우울해 있다. 피학성 환자들은 종종 침울하고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긴 해도 대개 우울해 있지는 않다.

피학적 성적 환상은 또한 피학성 성격장애와 정서장애를 구별하는데 특히 유용하다. 피학성 환자들의 성적 환상은 대개 청소년기의 중후반부에 확고하게 형성된다.

의존성 환자들은 기능이 더 낮고 더 유아적이며, 피학적인 사람들에서 보이는 병적인 양심은 갖고 있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 수동-공격성 환자들은 보다 화를 잘 내고 반항적이며, 따라서 피학성 환자에 비해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은 약속시간에 늦기 일쑤이며 사과를 하는 법이 없어 임상가를 화나게 만든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항변하는 강박증 환자는 불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자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쾌락을 연기시킬 수 있을 때 이들의 자존감은 높아진다. 이들은 훨씬 더 자기주장이 강하며, 자신의 성취에 대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대로 그 일을 하도록” 다른 사람들을 직접 통제하려 하며, 그것이 역효과를 낳지 않는 한 이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피학성 환자에 비해 회피성 환자들은 두려움과 불안이 더 많으며,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또한 이들은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을 회피하려 하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의해 착취를 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

 

 
출처: 임상실제에서의 정신과 면담/Roger A. Mackinnon, M.D.
Robert Michels, M.D./Peter J. Buckley,M.D./ 박성근, 정인과 옮김/ 하나의학사
 

2023.02.22 - [임상심리학/심리치료] - [심리치료이론] 1.심리상담 이론

[심리치료이론] 1.심리상담 이론

심리치료(상담) 이론심리치료 이론의 흐름 정신분석이론이 출현한 이후로 사람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접근들이 여러 방향에서 시도되었다. 첫 번째 표에서는 첫걸음이

psychologymind.tistory.com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