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책 15분 독서)3. 자기애성환자(The Narcissistic Patient)의 임상실제에서의 면담

3. 자기애성 환자(The Narcissistic Patient)의 임상실제에서의면담

 

발달상의 정신역동 Developmental Psychodynamics

건강한 자기애는 자신의 속성과 야심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타인에 대해 감정적 애착을 가질 수 있음과 동시에 그와 분리되어 있음을 인지하며,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게끔 해준다. 타인을 분리된 존재로서 지각하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은 건강한 자기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상적인 발달이 실패하게 되면 자기애성 인격에서 특징적인 심리적 장애들이 나타나는데, 이는 제멋대로이면서 다소의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심하게는 자신의 우월감과 전능감에 대한 어떠한 외부의 도전도 참아내지 못하는 심한 자기애성자들의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자기애성 병리가 이렇듯 다양한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초기 발달기 동안 아이가 경험한 부모의 착취로 인해 결과적으로 초래된 자기감sense of self의 결핍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며 또한 부모의 정서적 방임과 공감부족의 양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건강한 자기애의 발달과 타인으로부터 자기를 분화시키는 능력은 공감적인 육아empathic parenting와 이에 발맞춰 부드러운 방식으로 가해지는 한계설정limit setting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 유아는 외부세계를 자기가 확장된 것extension of the self으로 경험하는데, 병적 자기애란 이것이 지속되는 상태이다.

돌봐주는 사람 및 외부세계와의, 충족시켜주기도 하고 좌절시키기도 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대상 분화self-object differentiation의 과정은 점진적으로 발달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타인과 자기가 분리되어 있다는 심리적 내적 자각이 발달되어 나온다. 동시에 공감적이고 보살펴주는 돌보는 이에 대한 이미지의 심리적 내재화internalization 가 발생하여 아동의 정신구조의 한 부분을 이루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외부세계의 이러한 측면이 아동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사랑해주고 돌봐주는 이의 표상적 측면의 이러한 합일화incorporation는 아이가 점차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건강한 자존심 그리고 공고한 자기감 등을 획득하는 데에 기초가 된다.

 
공감적인 돌봄이 실패한 경우, 특히 부모의 반사mirroring가 부재한 경우에 어린아이는 미약한 자기 self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며, 어린 유아로서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주기적으로 어린 아기 속에서 일종의 감정적 "붕괴"를 바라보게 되어 산산이 부서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항상 처해있게 된다.
 

반사란 부모-아이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현상으로, 부모는 어린아이로부터 의사표현을 받아들여 이를 저장하고 변형시킨 뒤 다시 아이에게로 되돌려준다.

 

부모는 재잘대고 옹알거리며 손으로 의자를 치는 것과 같은 아이의 소리나 행동을 따라해주면서 좀 더 정교화 시켜준다. 이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감정적인 경험이 된다. 부모가 따라하면 아이는 웃음을 터뜨리고 그러면부모는 또 따라서 웃게 되는 장난치는 분위기가 가장 좋은 예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처음에 단순한 멜로디가 나온 뒤 오케스트라 전체가 멋진 연주로 이어가는 음악회와 닮았다. 이는 아이와 부모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연주이다. 아이의 경험은 심리적으로 보다 고차원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때 부모는 자신의 관점에서 아이의 의사표현을 통합시켜 이를 아이에게 되돌려줌으로써 아이의 자기감이 발달되는 것을 도와준다.
 
자기애적인 부모나 또는 다른 문제가 있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되돌려주는 메시지에는 아이의 의사표현에 대한 공감적 조율이 없다. 그 메시지는 아이의 경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이 된다. 건강한 반사란 아이의 원초적 경험을 적절하게 비춰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아이의 가능성에 부모가 반응을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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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보통의 엄마들은 말을 배우기도 전에 아이의 옹알거림 속에서 아이가 하는 단어들을 알아들을 수 있으며, 친근하게 반응함으로써 부모와 의사소통하려 애쓰는 아이에게 다가서려한다. 아이의 자기주장과 자기과시에 기뻐하는 엄마의 마음이 시적으로 표현된 "엄마 눈빛의 반짝임"이 없게 되면 아이의 자기 일체감은 위협을 받는다. 자기가 분절될 것fragmentation of the self이라는 커다란 두려움은 돌보는 이가 아이의 보여주려는 행동demonstrative behavior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된다. 한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반응 실패는 또한 아동의 자기-발달self-development을 정지시켜 버려 어른이 되었을 때 자기애성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2024.06.23 - [임상심리학/이상심리학] - 1. 자기애성 환자THE (NARCISSISTIC PATIENT)의 임상실제에서의 정신과 면담

1. 자기애성 환자THE (NARCISSISTIC PATIENT)의 임상실제에서의 정신과 면담

 
 

자기감의 결손이 지속되고 자기가 분절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정신세계를 지배하게 되어 이에 대한 보상으로 과대성과 전능감이라는 방어적인 환상이 생겨난다: "난 전능해. 난 파괴되지 않아." 내적 공허감과 부적절감, 열등감 등의 상태 또한 이러한 부모애 결핍 parental deprivation의 결과로 생각된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어; 따라서 난 사랑받을 만하지 않아." 자기애성자들이 육체적인 아름다움이나 부, 권력 등을 과대평가하는 이유는 종종 "내가 최고이고, 제일 아름답고, 돈이 많아"라고 자신을 확신시켜줄 외부 근거를 찾아내려는, 그리고 내적으로는 정서적으로 궁핍하다는 사실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보상적 욕구 때문이다. 이는 아이가 "내가 할래, 내가 할래"라고 말할 때 부모가 "넌 못해 내가 해줄게"라고 반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위험한 행동만 아니라면, 공감적인 부모들은 "네가 해봐: 도와줄게"라고 말한다.
 
자기애성자들은 흔히 시기심이 많다. 발달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시기심은 질투심과 구분되어야 한다. 질투심jealousy 이란 다른 사람을 소유하거나 경쟁자를 이기고 싶은 소망을 말한다. 여기에는 세 인물이 관여되며 발달상 외디푸스기에 전형적이다. 아이는 이성의 부모를 소유하고 경쟁자인 동성의 부모는 제거하고픈 무의식적 소망을 갖는다.
 

시기심envy은 발달의 보다 이른 시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두 인물 간의 문제이다.

아이는 부모가 가진 무언가 힘이라든가 크기, 권력을 부러워하며 자신도 그것을 갖기 원한다. 이러한 점의 보다 원초적인 표현형이 자기애성 환자에서 발견이 되는데, 열등감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목적에서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을 파괴하고픈 적극적인 소망이 동반되기도 한다.

 
자기애성 환자들은 종종 어렸을 때 부모가 벌주는 대신 창피를 준 사건을 기억해내곤 한다. 한 환자는 네다섯 살 때쯤 엄마가 "이놈아, 창피한 줄 좀 알아라"라고 말한 것을 들은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일은 주기적으로 있었고 깊은 수치심을 주입시켰다. 이 엄마는 자기애적인 사람이었고 아이를 자기 자신의 확장이라고 생각하였다. 아이의 불완전성은 엄마자신의 불완전성이 드러나는 것이었으며, 이는 그녀가 끔찍하게 창피스러워하는 것이었다.
 

2023.05.21 - [상담 심리학/아동발달] - 우리 아이 1세에서 2세까지의 성장지표

우리 아이 1세에서 2세까지의 성장지표

 

엄마는 자주 아들에게 "너 일부러 날 창피주려고 그런 거지!"라고 말하여 아이를 마음 아프게, 어쩔 줄 모르게, 그리고 엄마로 하여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만들었다. 발달학적으로 아동은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에 앞서 수치심을 먼저 경험한다. 아이는 자신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수치심을 느낀다. 부모가 아이를 창피주거나 사랑해주지 않을수록 아이는 부모의 가치를 내재화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사랑에 기반을 둔 비판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즉, 부모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부모라고 여길지 보다 아이의 감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을 때 아이는 부모의 가치를 내재화하게 되며, 부모의 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성숙과정이 자기애적인 사람에서는 결핍되어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실수나 불완전성이 타인에게 노출되면 수치심과 창피함을 느낀다. 들키지 않으면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이와 같은 초자아의 결손은 이들의 낮은 자존감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이들은 사랑하지 않는 내재화된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사람한테 만들어지는 기제이다.

여기에는 용서를 구하려는 목적에서 참회와 속죄가 수반된다. 성숙한 어른은 죄책감을 어떻게 다룰지 배워 왔으며, 안정감이 충분하여 사과하고 바로잡고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잘못한 사건으로 꾸지람을 받을 때 어린 아이는 정상적인 신체 기능으로서 수치심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수치심에 대한 반응은 숨어버리는 것이다. 자기애적인 성인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계속 지속되어 이들은 열심히 감추려 들며 따라서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수치심에는 이와 관련된 창피하고 당혹스럽다는 주관적인 경험이 수반되는데, 이때 아이는 자신은 작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고, 약하고 열등하며, 노출되고 비난받는 존재라고 경험하게 된다. 수치심은 노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부터 시작된다. 공공장소에서 바지에 오줌을 싸 그 상태를 남들이 보게 된 경우이다. 이 사건을 감출 수만 있다면 수치심은 없을 것이다.
 
수치심은 누가 보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따라서 다른 사람의 목격 때문에 창피함을 느끼는 것이다. 자기애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부적절감을 위장하거나 감출 수만 있다면, 수치심이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창피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 부적절감이 느껴질 때 이를 감추려는 이러한 경향 때문에 자기애성 환자와의 임상면담은 불가피하게 왜곡되게 된다. 자기애성자들은 임상면담에서 수치심의 경험이 재현될 수 있는 자신의 현병력과 과거력을 드러내는 것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한다.
 
커서 자기애성자가 되는 사람들의 부모 중 한 명 혹은 둘 모두는 그들의 성격구조에 상당한 자기애적 양상을 가지고 있곤 한다. 한 여성은 어머니로부터 굴욕적인 방식으로 비난받아왔음을 생생하게 떠올렸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항상 자신이 옳다고 믿는 오만한 사람이었다. 환자는 막 어른이 되었을 때 쯤 자신이 어머니보다 더 똑똑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동일시함으로써, 환자는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어머니의 권력을 중화시킨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덜 똑똑해 보이는 모든 사람들까지도 경멸하게 되었다.
 
부끄러워하는 자기애성자shy narcissist로 성장하게 되는 또 다른 정신역동은 자신의 아이는 완벽하다고 생각하여 아이의 실수나 모자람을 간과하는 부모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는 부모 자신의 과대성이 자기애적으로 투사된 것이다. 한 환자는 “제가 실수를 했을 때 전 그걸 덮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할 수 없을 땐 다른 사람을 비난했죠. 그것도 안 되면 실수를 인정한 뒤 그럴듯한 구실을 댔지요. 뛰어나야 한다는 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그런 척 해야 한다고 늘 느꼈고, 전 사기꾼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이끌어낸 치료자의 질문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였다. 이 사례에서 부모는 결코 비난적이지 않았으며, 대신 아이가 무엇을 하든 "대단해"라며 만족스러워하였다. 이 사람의 경우는 창피한 줄 알라고 말하는 부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적 수치심이 생겨난 경우이다.
 

2023.03.05 - [임상심리학/DSM-5] - 제 1형 양극성장애(Bipolar I Disorder) 진단적 특징

제 1형 양극성장애(Bipolar I Disorder)  진단적 특징

 

부모의 공감 실패는 발달시기 전체에 걸쳐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집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9세 여아의 사례를 들어보자. 집에 놀러온 이모가 화장실을 쓰겠다고 하였다. 닫혀있는 화장실 문을 노크하는 대신, 이모는 아이의 엄마에게 화장실에 누구 없냐고 물었다. 엄마는 "Jane밖에 없어. 들어가 걘 상관없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자신은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에 아이는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자기애성은 인생주기에 따라 변화한다. 자기애적이면서 감정적으로 박탈된 아동이 성장하여 학교라는 세상으로 들어가 또래와 관계를 맺게 됨에 따라, 이미 형성되어 있던 보상적인 우월감과 특권의식은 부모에 의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자신의 아이는 특별하다는 부모의 투사된 믿음에 의해 "이건 내 권리야: 난 특별하니까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해"라는 생각은 병적으로 강화된다. 내 아이는 행동하는 데 있어 관습에 구속받을 필요가 없고 대신 특별한 관심을 받아야 해." 학동기 아동의 특권의식을 부모가 이런 식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자기애적인 어른에서 보이는 비대한 자기의 중요성과 자기 잘난 척의 주된 원인이 된다. 아이는 부모의 자기애성을 비춰 보여주는 거울이다.
 
사춘기의 깜짝 놀랄 생리적 변화와 신체 변성에 맞닥뜨린 모든 청소년들은 자기애적인 적응 양상으로 반응을 한다. 사춘기와 함께 시작된 솟구쳐 오르는 성욕과 너무나도 두드러지는 신체변화에 대해 갈등하면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외모에 쉽게 집착되어 친구들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갑자기 예민해진다.
 
이들은 종종 자신에게 몰두되고, 비난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창피함을 잘 느끼고, 이로 인해 감정적으로 취약해져 마치 심각한 자기애성 환자처럼 보인다. 신체 기능과 성sexuality에 대한 감정은 종종 수치심이 주를 이룬다. 보다 극단적인 경우에서 이러한 자기애적인 몰두는 일부 십대에게 거식증이나 대식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자기애적인 청소년들의 신체와 사회관계에 대한 집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그라지지만, 어렸을 때 감정적 박탈을 경험한 십대들의 경우는 다른 양상의 자기애적 병리를 성인기까지 가져가곤 한다.

 

자기애성 환자들은 종종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길 꺼리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과대성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문을 구하는 주된 이유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배우자의 요구 때문이거나 직장에서의 어떤 위기로 인해 우울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흔한 모습은 직장과 조직에서 자신의 능력과 기여한 바를 동료들이 몰라주어 합당한 칭찬을 받지 못했다고 믿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이 환자들은 자신의 업적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게끔 만드는 방법을 임상가가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심각한 중년기 위기는 자기애성 환자가 임상가를 찾게 되는 또 다른 유발요인 중 하나이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과대한 환상과 목표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또한 결코 이루어질 수도 없다는 쓰라린 자각으로부터 기인한다. 이러한 자각으로 인해 종종 자신은 타인과 단절되어 있고 자신의 삶은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끼게 된다.
 
Kohut에 따르면, 자기애성 환자와의 초기 면담에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공감적인 태도로 과대적 자기grandiose self의 요구를 시기에 맞춰 적절히 인정해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환자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초기 면담 때 얘기해주는 것은 옳지 않다. 이상화 전이idealization transference가 형성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때가 되면 이를 통해 환자의 자아 이상ego ideal이 치료자에게로 투사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치료자에 비해 자신이 보잘 것 없다고 느끼게 되어, 자기애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권위상을 동일시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치료자는 자신이 무심결에 환자를 무시하거나 자기애적 손상narcissistic injury을 주진 않았는지 주의해야 하며, 방어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과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이는 환자가 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예가 되어줄 수도 있다. 이러한 대화는 추상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인칭대명사를 사용하여 전이로 규정짓지 말고 실시간으로 직접 말해줘야 한다. 환자가 "선생님도 제 어머니와 똑같은 방식으로 저를 대하시네요"라고 말하는 경우에서조차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초기 면담에서 어느 정도의 전이를 허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환자의 행동과 기저의 감정을 연결시켜 줌으로써 이 환자들에겐 현실의 것들만이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에는 시간을 변경해줄 수 있는지 또는 요청을 수락할지 거절할지 등이 포함된다. 환자가 임상가에 관해 질문을 하는 경우, 대답을 들음으로써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그 의미를 환자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치료 초반이라도 치료자는 답변을 해줄 수가 있다. 이는 방어적인 환자의 마음을 열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만일 환자가 치료자에 대한 정보를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했다면, 치료자는 이때 환자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환자에게 "저에 관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유용하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거나 시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치료자와 함께 한 시간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로 하여금 느끼게 해줄 수 있다. 과대적 자기에 대한 위협은 분노를 일으키는 데 반해 이상화 전이에 대한 위협은 우울증을 유발한다.
 
한 유능한 정형외과 의사가 근무하던 병원을 충동적으로 그만 둔 뒤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왔다. 일을 그만 두기 전에 미리 새 직장을 구해놓은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실직한 상태가 되었다. 그가 믿는 몇 안 되는 동료 중 한명이 그가 사직한 후 너무 과음을 하고 기분이 어두운 것 같다고 걱정하며 병원에 가볼 것을 종용하여 그는 마지못해 병원을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제가 고관절 치환술과 슬관절 재건술에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인데도 사람들은 나를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수술 스케줄에 대해 병원 측에서 저한테 우선권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늘 제 수술실 간호사를 이리저리로 돌렸죠. 제가 병원에 기여한 바를 모르더란 말입니다." 문제의 그 병원은 저명한 의사들이 많이 있는 유명한 수련병원이었으며, 그 외과의사는 그들 중 한명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문제는 병원의 연간 수익이었다. “전에 없는 결과표를 받아보게 되었고, 이사회 의장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듯이 굴더군요."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기분은 그의 사생활에까지 뻗혀 있었다. 그는 세 번의 결혼을 했었으며, 최근에 또 이혼을 했다. 지금까지의 결혼생활에 대해 묻자 그는 “아내들은 모두 절 알아주지 않았어요"라고 호소하였다. "전 정말로 굉장히 예민한데, 그 여자들은 모두 자기밖에 몰랐어요. 마지막 아내는 하루 종일 수술로 지친 저에게 안마 한번 해준 적도 없습니다. 그 매정한 년한테 내가 부탁을 했어야 했죠. 그래서 이혼을 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선생님은 모르실 겁니다. 전 항상 저의 많은 것들을 줬지만 진심으로 절 알아주거나 관심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면담가는 자신 또한 그동안 환자에게 무심하고 매정하게 대했던 많은 사람들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러한 자기관찰을 바탕으로 면담가는 "당신의 감정적인 바람과 성과에 대해 줄곧 사람들이 몰라준 것 같군요. 이런 문제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죠?"라고 물었다. "물론 제 부모님부터 그러셨어요. 아버지는 집에 계신 적이 없었어요. 바람둥이셨죠. 어머니도 집에 안계셨어요; 항상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자선행사에 다니셨죠.
 
빌어먹을 나한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터무니없이 어린 나이에 전 기숙학교로 보내졌습니다. 그건 악몽이었어요. 전 놀림과 괴롭힘을 당했죠. 아무도 날 보살펴주지 않았고 제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주지 않았어요. 전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경멸로 가득 차서는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로 면담을 시작했던 환자는 어느새 불쌍하고 상처받은 아이가 되어 있었으며, 이제 면담가는 자신의 힘들고 불행한 상황에 대해 진정으로 공감을 느끼게 된 환자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임상실제에서의 면담/Roger A. Mackinnon, M.D.
Robert Michels, M.D./Peter J. Buckley,M.D./ 박성근, 정인과 옮김/ 하나의학사
 
 

2023.06.20 - [철학과 심리학] - [카네기 인간관계론] 리더가 되기 위한 50가지 실천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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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 [임상심리학/이상심리학] - *우울증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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